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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JJ워치앤주얼리' 권정일 사장

인상부터 선한 사람이 있다. 권정일 사장이 그랬다. 조용한 말로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배려를 한다는 느낌을 충분히 전달했다.

권 사장은 훼어옥스몰(Fair Oaks Mall)에 위치한 JJ워치앤주얼리(JJ Watch and Jewelry)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 샤핑몰 안에서 영업을 한 지도 어느새 12년째다.

“처음 가게를 열려고 할 때만 해도 거의 빈손이었죠. 영어도 부족했어요. 그래서 내 소개와 기술 경력, 이런 저런 점포를 구한다는 내용을 편지에 써서 들고 다녔습니다. 여기저기 샤핑몰을 찾아다니다 훼어옥스몰 관리사무실을 들렀지요. 사람은 자기가 맞는 곳이 있기 마련인지 이곳에서는 선뜻 공간을 내 주었어요.”

처음 몇년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가게 자리를 주었다. 그리고는 신뢰가 쌓이자 장기 리스로 계약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일이야 늘 쉽지 않은 법이지만 영업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말해요. 10여년 만에 이 정도 안정되기도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은혜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행히 주변 다른 가게들도 손님들에게 저희를 많이 소개해 주고 추천해 줬어요. 저는 그저 열심히 수리했고요. 그러다 보니 자리가 잡힌 거죠.”

남들은 수리만 해 주고 말 것도 그는 광을 내주고 때를 닦아 줬다. 다른 곳에서 못 고쳤다며 가져 온 물건을 보란 듯이 정상으로 돌려줬다. 손님들은 당연히 좋아했고 단골이 생기고 입소문이 퍼졌다.

‘JJ워치앤주얼리’의 업종은 귀금속 판매 및 수리다. 고급 명품 시계도 팔고 금과 보석을 사고 판다. 1만5000달러짜리 롤렉스 ‘금딱지’ 팔목시계를 한창 흥정하는 예비 신혼부부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남편의 손가락에 끼어 빠지지 않는 반지를 빼달라며 왔다가 결혼 금반지를 팔겠다고 나선 젊은 부부도 있었다.

이민 오기 전에 권 사장은 경기도 구리시에서 귀금속점을 운영했다. 당연히 금,은, 보석 매매는 눈을 감고도 훤할 정도다. 하지만 이제 권 사장의 주 특기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수리다.

“모든 걸 다 고친다고 하면 될 겁니다. 시계는 물론 안경도 고쳐 드려요. 반지나 귀걸이 세팅을 고치고 싶은 분도 가져 오세요. 시계는 무슨 고장이든 고칠 수 있습니다. 오래 된 골동품 시계도 가져 오면 고쳐 드립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어도 가능해요.”

권 사장은 IMF 이후 이민 길에 올랐다. 그 역시 경제적으로 직격탄을 맞은 뒤였다. 낯선 땅에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시계 수리점에 취직해 일주일에 60시간 이상을 매달렸다.

“3년 동안 정말 고생했어요. 평생 울 것을 그때 다 울었던 것 같아요. 가족들 몰래 우느라고 집에 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찬물을 사서 부은 눈을 식히고 가곤 했죠.”

그런 와중에 왕복 120마일을 오가며 워싱턴침례대학교에서 강의를 들었다. 직장은 볼티모어, 학교는 애난데일, 집은 중간에 있던 시절이다.

“힘은 많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도 참 보람 있었어요. 돌아가며 기도 하고 강의를 듣고 나면 기쁘고 설레였어요. 믿음이야 지금도 아주 부족하죠. 그래도 그 당시 신앙이 성장한 것 같아요.”

그는 지금도 이민 후배를 만나면 교회부터 다니라고 당부한다. 하다 못해 교회에서 성도들과 교제하는 것만도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힘들 때 하나님에게 기도한다는 자체가 큰 힘이 됩니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불안할 때가 많아요. 신앙을 갖게 되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고객한테 더 진심으로 대하게 되고 오히려 사업이 더 잘 되더라고요.”

그는 손님에게 무엇을 고치고 가격이 어떻게 책정됐는 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고가의 명품 시계나 다이아몬드 반지 같은 물품을 수리하려면 가게 주인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비싼 물건이니 믿을 수 있어야 맡길 수 있지 않겠는가.

“믿고 맡기라고 할 수 밖에 없죠. 저도 손님들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확인을 꼭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보는 앞에서 수리를 해 드려요. 주말에는 곤란하지만 주중 낮 시간대에는 비용을 조금 더 빋고 시간을 내서 고쳐 드립니다. 바로 앞에서 하니까 고객들도 안심하죠.”

권 사장은 자랑을 하거나 떠벌이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자신있게 말하는 게 있다. 수리 실력 만큼은 믿어도 된다는 것이다.

“롤렉스 시계를 수리한 다음에는 2년 동안 워렌티를 드립니다.사실 롤렉스 시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고치기 가장 힘든 시계로 알려져 있거든요. 만약 이상이 생기면 언제든지 책임을 지고 고쳐 드린다는 약속이지요.”

비단 명품시계 만이 아니다. 권 사장은 일반 시계를 고친 뒤에도 6개월 워렌티를 고객에게 건넨다. 심지어 건저지를 바꿔 주고도 1년 보증을 할 정도다. 수리할 때도 납 땜 대신 첨단 레이저 기계를 동원해 흔적도 없다.

“직원들이 있지만 수리는 대부분 제가 직접 합니다.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해요. 꼼꼼하게 챙기려고 하죠. 수리 만큼은 자신있습니다. 손님과 신뢰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워렌티를 드리는 거죠. 저 자신에게도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요.”

‘JJ워치앤주얼리’는 주말이면 직원 5~6명이 일 할 만큼 성업 중이다. 아들 권상덕 씨도 회사까지 그만두고 대를 이으려 기술을 배우고 있다. 권 사장은 적당한 장소가 나오는 대로 지점을 하나 차릴 계획으로 가게 터를 물색 중이다.

“기술을 잘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가르쳐 주고 싶어요. 혼자만 알고 있기는 아깝죠. 기술자를 키우는 게 또 다른 희망이에요.